客記

지자트콥스키, 《벚꽃동산》 본문

공연

지자트콥스키, 《벚꽃동산》

스테레오 2010. 6. 11. 01:46



지난번 <갈매기>를 보지 못한 것도, 이번 공연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도 아쉽다. 
<벚꽃동산>이 발표된 지 이제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 섬세한 텍스트는  무대 위에서 잘 살아나지 않는 것 같다. 공연이 졸리지는 않았지만, 딱히 재미있지도 않다. 
3막에서 좀더 아기자기한 것을 기대했는데, 내가 받은 인상은 너무 왁자지껄하고 산만했다. 특히 라네프스카야의 감정은 필요 이상으로 과잉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예프가 "당구" 이야기를 꺼내는 부분에서 너무 기계적으로 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가 또는 연출이 그 부분에서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뜨로피모프는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걸까? 공연 마지막 주에 세 번이나 대사를 틀리는 건 분명 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냐는 대사를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 어조가 "옥희"를 연상케 했다. 다른 여배우들도 극장 규모 때문인지 발성에 힘이 좀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조용한 연극이다 보니 말이 빨라지면 숨소리도 같이 커지는데, 체홉 극이라 그런지 이런 숨소리가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번 무대는 토월 극장의 깊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3,4막의 무대 장치 움직임은 약하게 느껴졌다. 아니면 연기도 무대 장치 만큼만 진동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아무튼 토월 극장에서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도 더 많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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