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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제임스 클리어의 이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기다리는 동안 읽어 보았다. 최근 서점에 몇번 갔을 때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눈에 들어왔던 책이었다. 제목보다는 노란 색 바탕의 커다랗게 쓰여 있는 Atomic 이란 글씨가 자극적이었다. 아마도 원자 만큼 아주 작은 습관(atomic habits)도 조금씩 바꿔나가면 핵폭탄급(atomic bomb)의 힘을 가진다는 뜻이 아닐까 싶은데, '핵무기'라는 말을 지긋지긋하게 듣게 되는 한반도에 살아서인지 이 책이 어딘가 나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졌던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읽어야 했던 터라 서문과 첫 한 두 챕터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10대 시절 사고로 아주 큰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도 기적적으로 회복..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요즘 책이나 펜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한 편씩 읽고 있다. 읽고 있노라면 가슴을 서늘하게 또는 저릿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나타난다. 때로는 아껴서 봐야할 것 같아서 또 때로는 더 이상 읽기가 버거워 책을 내려 놓는다. 손으로 일하지 않는 네가 머릿속에 쌓고 있는 세상은 얼마나 허술한 것이냐고 (목수일 하면서는 즐거웠다) 시인이 물을 때 그러한 나를 보고 배운 거라곤 손이 하나 필요할 때 손 하나를 보태는 일 (겨울, 안양유원지의 오후) 이라고 말할 때 그렇지 않은 나를 본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시인처럼 살진 못해도 책이나 펜이 무겁다고 불평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국내도서 저자 : 송경동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9.12.30 상세보기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너도 나도 예측을 하는 듯 하여 나도 예상 비슷한 걸 남겨본다. 혹시라도 큰 기대를 하고 들어온 분이 있다면 별 거 없음에 미리 사과 드린다. 이 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우선 생각한다면 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줄거리를 요약할 필요는 없지만, 가 무엇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주 선명한 대비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는 어벤져스 영웅들과 타노스를 구분짓는 한 가지를 아주 분명히 드러낸다. 타노스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해야 하는데(우리말 자막에서는 '가장 사랑하는'이라고 했지만 영어 대사에서는 '가장'이란 말은 없었다), 이때 자신이 사랑하는 딸 가모라를 절벽에 던져 희생시키고 스톤을..
액션이 부족하다고 느낀 관객이 적지 않다. 기존 마블 영화 팬들이 그렇게 느끼는 걸 어찌 막겠는가? 허나 액션을 원한다면 애초 마블이 아니라 성룡, 이연걸, 견자단, 그리고 톰 크루즈를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어벤져스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되짚어야 한다. 그들이 싸우는 목적이 그저 싸움 구경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정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이 일을 나름 성실히 해내고 있는 이번 영화를 반기는 게 맞지 않을까?더불어 남초/여초 커뮤니티의 상대 진영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우려스럽다. 정치는 상대편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언술들은 대체로 상대편을 결집시키는 데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사족퓨리가 구스의 정체를 알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켄 정에 대한 관심으로 보게 되었다. 10년이 지난 영화다보니 넷플릭스에 이미 세 편이 다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1편은 꽤 흥미로웠다. 총각 파티는 우리에겐 낯선 문화이지만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친숙해진 통과의례(?)라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예상되는 광란의 밤을 훅 건너뛰고 다음날 모든 게 엉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깨어나 뒷수습을 하면서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찾아가는 형태로 플롯이 구성되어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전형적인 추리극의 방식이라 할 수 있고, 최종 결말도 김전일이나 셜록홈즈 등에서 봐왔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엔 충분하다. 켄 정의 등장은 소문대로 충격적(..
지금은 편지가 그 어떤 시대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배달되는 시대이지만, 혹은 그런 시대이기에, 아무도 편지를 쓰지 않는다. 물론 텍스트 메시지나 카톡도 문자로 주고 받는 대화라는 점에선 편지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카톡이나 메시지는 매체는 문자이지만 방식은 한 마디씩 짧게 즉각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 일반적이란 점에선 전통적인 편지와 분명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편지가 소멸된 이 시대에 편지글의 가능성을 보았다. 특히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들은 편지글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어떤 글이든 마음 속에 가상의 수신자를 설정하고 그에게 편지 쓰듯이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우선적으로 나 자신에게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소설은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그래서 작년에 재..
아재 개그란 말이 나오기 십수 년 전부터 나는 말장난을 좋아했고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맛을 알게 되는 때가 올 거라 생각했고, 간혹 같은 노선을 걷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심 반가웠다. 그렇다고 해서 설운도가 옷을 입는 순서가 '상하의 상하의'라는 식의 막무가내 개그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나를 포함한 아재들이여, 제발 유머에서 최소한의 맥락을 갖추자. 말장난은 말의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가장 즐거운 방식이다. 어려서 말을 배울 때 우리는 모두 말 장난의 충동을 느낀다. 말(馬)과 말(言) 처럼 같은 소리인데 다른 의미를 가지는 동음이의어를 대할 때 우리는 적절한 상황에서 그걸로 웃겨보려고 애쓰곤 했다. 친구의 이름과 비슷한 소리를 가진 낱말로 그 친구의 별명을 붙이는 장난은 ..
PG-13 레벨에서 코믹 가족 드라마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영화다. 돌이켜보면 상투적인 수법이었단 생각도 들지만 해아래 새 것이 어디 있겠는가. 플롯의 두 축인 엉킴과 풀림을 다양한 가족-이웃-친구 관계에서 만들어내면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작가가 노련하다 싶었는데 Car, Bolt 등 애니메이션의 스크립트를 썼던 작가(Dan Fogelman)다. 노련한 주연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들 로비 역의 배우 Jonah Bobo 의 조숙한 중딩 연기를 보고 있기가 즐겁다. 아쉽게도 2012년 이후로는 활동을 하지 않아 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