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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記
공연정보: http://www.playdb.co.kr/playdb/e_brochure.asp?PlayNo=19410 당초 "다큐멘터리 같은 공연"을 구상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연출의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자료의 힘이 느껴지는 공연이며, 또한 그것을 관객에게 친절히 베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물론 구보, 또는 이상의 팬이라든지, 한국현대문학 전공자라면 장면 사이사이의 보충 설명들이 군더더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에겐 이러한 코멘터리는 장면전환을 더없이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방편일 것이다. 이제 자막 없는 TV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는 브레히트적 요소에 익숙해졌다. 다원 연극이라는 이 공연의 성격은 2부 보다는 1부에서 보다 충실하게 구현되고 있다. 2부에서도 영상이 주..
내 나라가 힘이 약해 남의 나라에 점령당한 것도 모자라, 남의 나라 전쟁에 강제로 끌려가야 했다면 그것보다 서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작가는 이 사람들 중에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광복을 얻은 다음에 더 기막힌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적도 아래의 맥베스》에서는 강제 징용 되어 끌려간 조선 사람들이 전쟁 종전 이후 B,C 급 전범으로 분류되어 형무소에서 사형을 당한 기가막힌 사연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싱가포르 형무소에 갇혀 있으면서 간간히 '마크베스Macbeth' '마크더프Macduff'를 대뇌이거나, 부치지도 못할 어머님 전상서를 쓰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이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도 억울하고 또 부조리하다. 드디어 고향집에서 여동생이 보낸 편지를 ..
작년에 본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발점 중 하나가 셰익스피어라면 나머지 하나는 바로 오늘 본 《LOVE》였다. 오늘 본 공연이 1년 전 작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와 같은 모순적 표현이 가능한 것은 1) 이번 공연이 이미 《로/줄》보다 먼저 제작된 《LOVE》시리즈의 2010년 버전이기 때문이고, 2) 나로서는 《LOVE》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로/줄》을 보았고, 오늘에야 비로소 그 선후관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순서 때문인지 《L. v. 10》는 나에게 《로/줄》의 데자뷰 같은 느낌이었다. 보는 내내 작년 드라마센터에서의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장면을 새롭게 해주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더라면 실망했을지도 모를 ..
이오진 作, 김태형 연출, 《가족오락관》(2010.08.19~09.05, 대학로 게릴라 극장)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힘겨운 날들만 안겨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식 2차로 갔던 노래방에서는 어머니가 도우미로 들어오고 자기가 싫어하는 (그리고 자기를 싫어하는) C조팀장은 어머니를 끌어안고 부비댄다. 아들은 자기 가족에게 이같은 불행이 찾아온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묻기 시작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죽여놓고 자기는 잘 살고 있는 원수(a)를 죽이면 좀 살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온 가족이 그 일에 동조, 동참하게 된다. 그랬더니 그들에게는 새로운 원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딸의 원수(b), 엄마의 원수(c), 아들의 원수(d)를 차례로 죽인다. 그런 다음 이 가족의 진짜 원..
스페이스111의 인인인 기획 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인어도시》를 보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과 간호사, 여기에 기이한 몇몇 인물이 더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든다. 병동이라는 장소는 응접실 연극 전통에서 볼 때 나름 참신한 공간적 배경이라 할 만하다. '말발'이 좋은 작품이었으며 특히 마지막에 인물들 각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대사들은 리듬감이 있고 재미도 있었다. 각각이 나름대로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과거로 말미암아 치명적인 병에 걸리게 된 그들의 상황에 동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방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같은 운명 앞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같은 운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지난번 를 보지 못한 것도, 이번 공연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도 아쉽다. 이 발표된 지 이제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 섬세한 텍스트는 무대 위에서 잘 살아나지 않는 것 같다. 공연이 졸리지는 않았지만, 딱히 재미있지도 않다. 3막에서 좀더 아기자기한 것을 기대했는데, 내가 받은 인상은 너무 왁자지껄하고 산만했다. 특히 라네프스카야의 감정은 필요 이상으로 과잉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예프가 "당구" 이야기를 꺼내는 부분에서 너무 기계적으로 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가 또는 연출이 그 부분에서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뜨로피모프는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걸까? 공연 마지막 주에 세 번이나 대사를 틀리는 건 분명 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냐는 대사를 틀린 것은 아..
박조열 작, 이성열 연출, 2010-04-15, 명동예술극장 그 동안 내 머리 속 오장군은 하회별신굿에 등장하는 이매와 닮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매와 오장군 중 누가 더 바보스러우며, 더 순박한 캐릭터인지는 생각 할수록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장군 역할을 맡은 배우가 상당히 샤프하고 강인한 턱선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서 같이 본 여러 사람들이 오장군 배역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연출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외적인 요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오장군이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듯이 그렇게 바보같지 않은 인물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시골 농사군이라면 그 정도 체형을 유지할 수 있을 (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훈련소에서는 ..
어제 잠을 못잤으나 공짜 관람이기에 피곤을 무릅쓰고(?) 달려갔다. 브레히트 사후 50주년을 기념해서 그의 대표작들이 최근에 공연됨으로써 나로서는 브레히트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는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독일어로 번안하고, 쿠르트 바일의 작곡으로 만들어진 대중적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예당 오페라 극장에서 베르디의 를 공연하고 있어서 두 개의 공연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게 나름 의미심장하다고 느꼈다. 다만 일반 대중이나 기존 오페라 관객들 모두에게 다소간 외면 받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10인 편성의 라이브 재즈 연주가 음악극으로서의 오늘 공연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어느 일간지 기사에서 '라이브 밴드는 별미'라는 표현하고 있던데, 오히려 라이브 밴드의 음악이 ..
우리읍내 Our Town 원작: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번역: 오화섭/번안: 오태석 연출: 김한길 2006년 8월 5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이 작품은 오태석 선생이 국립극장 예술감독으로 취임하고 공연하는 첫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공연을 끝낸 후 로비에서 관객들을 맞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았는데, (물론 그는 나를 알지 못하기에 그냥 지나 왔지만) 목에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대본으로 보이는 종이 뭉치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TV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연 팜플렛을 이용해서 작품의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막이 오르면 무대감독의 설명으로 시작되어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경기도 가평 '우리읍내'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이웃들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샤샤 발츠를 본 것이 두 번째가 아니라 공연일자를 잊고 놓쳐버린게 두 번째이다. 기차도 놓쳐보고 비싼 공연도 놓치고, 갖가지 놓쳐버리는 놓치는 인생인가. 사정을 해서 보조석하나 얻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예약 시스템이란 것에 딴지를 걸 수 없고, 그 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라 나의 실수를 정당화할 수는 없겠으나, 뭐랄까 공연티켓을 사는 것은 단지 어떤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내가 임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공연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약속이기에, 그 공연을 보고자하는 의지가 담겨 있기에 빈자리가 발생하면 나같이 멍청한 실수를 범하는 자들에게도 관용을 베풀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각설하고 무용에 대해 그리 밝지 못한 나는 이 공연을 어떻게 보았나. 한마디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