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영화 (35)
客記
보기 전.이렇게 흥행이 보장되는 상업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건 그만큼 한국 영화가 산업적인 면에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의 합작이란 측면에서도 희망적인 건 틀림없다. 그렇지만 마치 오션스 시리즈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은 대범한 모방과 예고편에서 마저도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나타나는 건 상당히 유감스럽다 (http://www.youtube.com/watch?v=SsZ1byE6nXI). '한국형'이란 딱지는 핸드폰에서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발견된다. 하지만 그게 성공사례를 베껴놓고 면피하기 위한 게 아니려면 최소한 동시대 한국인들에게 던지는 물음이 있거나, 우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는 노력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보..
호텔 르완다 (2006)Hotel Rwanda 9.3감독테리 조지출연돈 치들, 호아킨 피닉스, 닉 놀테, 소피 오코네도, 데이비드 오하라정보전쟁, 드라마 | 영국, 이탈리아,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 121 분 | 2006-09-07 테리 조지, 2004 제목만 들어서는 시카고의 "호텔 캘리포니아"라든지 한국 영화 의 사촌뻘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르완다라.. 아프리카 어디인거 같은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인가? 시사에 밝은 사람이라면 르완다 내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겠지만, 주위에서 르완다라는 나라에 관심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보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년만에 총과 칼로 1백만 가까운 사람이 죽임당한 역사에 대해 누구라도 한 번쯤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것 아닐..
스크린 가득히 클로즈업된 얼굴이 보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의 캐스팅은 성공적이다. 소지섭이나 한효주 모두 자신의 매력을 넘치도록 보여준다. 물론 누가 그 둘을 스크린에 담아냈는가 또한 중요하다. 송일곤이라는 이름이 그들 사이에 없었다면 아마도 내 경우 영화관을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난 봄 가 있었다면 이번 가을에는 이 있다. 그러나 영화가 점점 더 작은, 더 적은 스크린으로 옮겨 가고 있어 아쉽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의 슬럼프라는 말도 들린다. 이야기에 특별함이 없어서일까? 그러나 "멜로"라는 장르(통용되는 멜로보다는 로맨스란 말이 좀 더 정확한 것 같다)에 '만남-사랑의 시작-시련-재회' 이외의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지는 않다. 물론 이 네 지점을 연결해주는 고리의 참신함을..
2007.06.12 배우 전도연 씨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아침에 확인하였다. 그녀의 연기력이나 특히 발음(diction)에 있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수상을 통해 국제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이니 축하할만한 일이다. 아무튼 그녀의 수상으로 인해 이창동 감독의 복귀작 이 세간의 관심을 더욱 받게 되었다. 물론 일부 관객은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볼걸 하는 후회를 표현하기도 했다. 전도연의 수상은 온 국민이 어깨를 으쓱할 법한 일이긴 하지만 그녀가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그녀에게 부여한 무게감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관객의 입장에선 시종일관 무겁고 칙칙하며 애매하게 끝나는 이 영화가 평일 밤에 즐길만한 오락거리는 분명 못되는..
'빌리 엘리어트'와 '블랙 스완', 두 작품 모두 '백조의 호수'의 특이한 버전을 그리고 있다. '빌리'에서는 매튜 본을 따라 남자가 연기하는 백조에 도전했다면, '블랙 스완'에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 발레리나가 백조와 흑조를 동시에, 그러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요구한다. 두 가지 모두 성공여부로 따지자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시도이다.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한 아이가 프로 발레리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면, '블랙 스완'에서는 이미 프로 발레리나가 된 한 여자가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발레나 연극이나 마찬가지로 리허설 과정에서 배우나 무용수가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힘겨운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블랙 스완'은 연습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
"시를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쓰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려워요." 미자의 시 선생님 김용'탁'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마지막 수업시간에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을 꾸중하다가 나온 말이다. 그런데 선생님 본인처럼 시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시를 쓰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미자는 영화 내내 시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한다.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되풀이한다. 선생님의 말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미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쓰려는 마음'이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볼 때 그 마음은 미자에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미자는 "자신의 종말이 막을 수 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시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
나는 평소에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올 때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 하는가에 귀를 기울인다. 그 때 들리는 말들에 항상 수긍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첫인상이 비교적 여과없이 나온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정보임에는 틀림없다. 오늘도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한 남자가 자기 일행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영화의 교훈이 도대체 뭐야?" "힘있는 사람은 벌도 받지 않는다는 거지 뭐겠어..." 그동안 이런 식으로 훔쳐 들은 것 뿐만 아니라, 적어도 연극이나 영화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들과 같이 영화를 보게된 많은 경우에 그들의 첫번째 반응은 재미있다/없다와 함께 작품의 메시지나 교훈을 찾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교훈과 즐거움을 시가 제공해야 할 두 가지 덕목이라고 지..
Inception은 시초, 발단 , 개시라는 뜻이다.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제도권 학자로서 첫걸음을 떼는 것처럼, 무엇을 시작하기에 앞서 받아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단어 뜻으로 보자면 이 작품은 "태초에 꿈이 있었도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모두가 꿈을 꾸고 많은 사람이 사랑을 하며, 또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그 사람을 잃는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가 무의식 세계를 복잡하게 (또는 복잡하게끔 보이도록) 펼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헐리우드가 노장사상에 주목했다는 점, 꿈 속으로 들어가면서 시간의 왜곡이 일어나 그로부터 발생한 시간차를 이용하여 위기에서 탈출한다는 설정 등은 흥미롭다. 또한 무중력 상태를 담아낸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들인 돈에 ..
김명민이 주연한 "파괴된 사나이"를 봤습니다. 더할 것보다 뺄 점수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최근 관객몰이에 성공한 유괴/납치 영화들을 조합한 매너리즘인데, 어떤 원인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각각의 요소가 넘치거나 모자라 아쉽네요. http://twitter.com/seanted/status/18599947598 트위터에다 간단하게 감상을 올린 이후 좀더 보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아래와 같이 덧붙여 봅니다. *** 매너리즘이라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거인의 어깨를 빌려 높이 올라갔다면, 거인보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아야 하는데, 그런 면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문제이다. 주영수가 아이를 유괴당하고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다는 상황은 《올드보이》에서 오달수가 납치당한 뒤 15년이 ..
어떤 사람에게는 이번 의 이야기('스토리', 또는 '서사구조')가 그저 "부패한 권력과 싸우다 보니 어느덧 전사로 변"했더라는 진부하고 평면적인 이야기로 보였나보다. 그러나 나는 이번 영화의 서사구조가 최소한 보다는 더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한다. 탁월한 활솜씨를 지닌 한 남자가 오랜 전장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오랜 세월 비워두었던 집은 그의 '아내'가 돌보고 있으나 재산은 물론 그녀 자신의 운명도 위태로운 처지에 있으며, 오직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드디어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돌아와 스러져 가는 집을 다시 세운다. 이 이야기는 전반부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따옴표 안 내용의 진실성 여부는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동시에 이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의 이야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