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참살이 시대에 걸맞는 오장군 본문

공연

참살이 시대에 걸맞는 오장군

스테레오 2010. 4. 17. 00:34
박조열 작, 이성열 연출, <오장군의 발톱> 2010-04-15, 명동예술극장

그 동안 내 머리 속 오장군은 하회별신굿에 등장하는 이매와 닮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매와 오장군 중 누가 더 바보스러우며, 더 순박한 캐릭터인지는 생각 할수록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장군 역할을 맡은 배우가 상당히 샤프하고 강인한 턱선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서 같이 본 여러 사람들이 오장군 배역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연출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외적인 요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오장군이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듯이 그렇게 바보같지 않은 인물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시골 농사군이라면 그 정도 체형을 유지할 수 있을 (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훈련소에서는 '누구든지' 바보 짓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정도 군인다운 면모가 없고서야 어찌 서쪽나라 사령관이 그를 철투철미한 역공작원으로 믿을 수 있었겠는가? 비록 극초반의 웨이브진 긴머리나 관객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그의 표정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홀쭉해진 오장군도 나름 새로운 시도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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