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닥터 슬럼프 (6)
客記
주5회 라이브 방송을 하는 '전업 방송인'의 삶을 살기 위해 결국 데스크톱을 장만했다. 게임도 채굴도 하지 않는 내가 팬이 두 개나 달린 그래픽카드를 사게 될 줄 몰랐다. Zoom은 스마트폰으로도 접속할 수 있지만 원격 수업을 진행하려면 얘기가 다르다. Zoom은 물론 파워포인트, 팀즈 또는 구글 클래스룸, 거기다 학교 마다 다른 학습관리시스템도 열어놓고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강의 노트로 원노트까지 열게 되면 그야말로 화면도 메모리도 가득차 버린다. 지난 주 랩탑이 다중 화면 송출을 거부한 건 윈도우 중요 업데이트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밝혀졌지만, 이 업데이트도 메모리를 조금 더 확보하기 위해 했던 것이었다. 그날 간신히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 피드백 중 목소리가 끊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
지난 번 글이 맥북의 고장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엔 사망이다. 비극으로 끝난 이 이야기를 나는 지금 새 노트북으로 쓰고 있다. 작년 겨울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로직 보드 수리를 받고 그럭저럭 잘 쓰고 있었다. 그러다 5월 정도부터 일없이 꺼지고 재부팅 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가로수 길에 있는 애플 매장에 들고 갔는데 보드 고장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다시 받았다. 그동안 15년 정도 여러 대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메인보드 고장을 하나의 맥북에서 6개월 간격으로 두 번이나 경험하게 된 것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뽑기운이 없었던 걸까. 더 슬픈 일은 그 다음이었다. 수리 받은 제품의 AS 기간은 90일이기 때문에 이번 고장에 대해서는 애플이 책임지지 않았다. ..
2주 전 한참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맥북 전원이 나가버렸다. 그리고 전원이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급하게 다른 pc로 검색을 하고 여러가지 응급 부팅 방법을 다 시도해 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러던 중 비슷한 많은 사례들이 과전류에 의한 마더보드의 단락(쇼트)임을 알게 되었다. 전에 쓰던 다른 브랜드 랩탑(씽크패드, 바이오)은 물론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애플의 보증기간은 끝났으니 더 난감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국내에서 구매한 제품은 마더보드에 한해 2년 보증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고장이 마더보드 쇼트에서 끝난다면 아직 무상 수리가 가능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마더보드 교체로 해결되는 문제였고, 지금 ..
박사논문은 MS워드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서지작성프로그램 엔드노트를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문제가 일어났다. 워드로 타이핑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한글 자모가 분리되어 입력되는 것이다. ㅇㅣㄹㅓㅎㄱㅔ ...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은 단 하나 워드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새로 실행하는 것 뿐이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재실행하고 나면 그 전에 뭘 쓰려고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건 아주 큰 문제다. 의식 저 너머로 도망가버린 생각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집중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고 만다. 그러다보면, 쓰던 글을 잠시 접어두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검색질을 하기 시작하게..
지난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격적으로 논문을 써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낌과 동시에 마음에 부담이 점점 커져가던 때였다. 논문을 쓰기 위해선 먼저 지난 대학원 시절 동안 쓰고 모았던 자료들을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이 또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기를 피하는 고질적 증상이었지만, 아무튼 그 당시에는 일단, 좋은 USB 드라이버를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러가지 외부 저장 장치 중에서 USB를 고르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외장 하드는 크고 무겁고 번거롭다: 적어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내 외장하드는 그렇다. - 외장 SSD는 너무 비싸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 SD(XD) 등의 플래시 메모리는 별도의 리더기가 필요하기에 번거롭다. 이상과 같은 ..
0. 닥터 슬럼프 나는 샤워를 할 때 뭔가 중요한, 적어도 나 스스로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오늘도 가까스로 논자시를 보고 잠시 운동을 한 다음 샤워를 끝낼 쯤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기록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다시 돌아볼 거리가 생기고, 혹시라도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그러면서 동시에 이걸 연재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고, 그때 이미 "제목을 뭘로 정하지?"라는 한줄기 생각이 앞서 지나가기 시작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닦을 때 떠오른 제목이 바로 "닥터 슬럼프"이다. 어릴 적 동명 제목의 만화를 볼 당시만 해도 이 박사 참 비호감이다라고 생각했었다. 뭔가 어리숙하고 어리버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사 학위 하나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