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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記
공연정보: http://www.playdb.co.kr/playdb/e_brochure.asp?PlayNo=19410 당초 "다큐멘터리 같은 공연"을 구상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연출의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자료의 힘이 느껴지는 공연이며, 또한 그것을 관객에게 친절히 베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물론 구보, 또는 이상의 팬이라든지, 한국현대문학 전공자라면 장면 사이사이의 보충 설명들이 군더더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에겐 이러한 코멘터리는 장면전환을 더없이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방편일 것이다. 이제 자막 없는 TV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는 브레히트적 요소에 익숙해졌다. 다원 연극이라는 이 공연의 성격은 2부 보다는 1부에서 보다 충실하게 구현되고 있다. 2부에서도 영상이 주..
작년에 본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발점 중 하나가 셰익스피어라면 나머지 하나는 바로 오늘 본 《LOVE》였다. 오늘 본 공연이 1년 전 작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와 같은 모순적 표현이 가능한 것은 1) 이번 공연이 이미 《로/줄》보다 먼저 제작된 《LOVE》시리즈의 2010년 버전이기 때문이고, 2) 나로서는 《LOVE》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로/줄》을 보았고, 오늘에야 비로소 그 선후관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순서 때문인지 《L. v. 10》는 나에게 《로/줄》의 데자뷰 같은 느낌이었다. 보는 내내 작년 드라마센터에서의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장면을 새롭게 해주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더라면 실망했을지도 모를 ..
연극이란 무엇일까? 연극계에 종사하거나 이것을 공부하는 사람들조차 이 물음에 한마디로 답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 물음에 정답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각양각처에서 수많은 모습의 연극이 있어왔고 지금도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한 마디로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하고 만다. 단 하나의 정의는 불가능하더라도 시대와 지역마다 유력한 정의들은 있어 왔다. 물론 우리 시대에는 그와 같은 주류 연극론이 있다손 치더라도 모두가 그것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거기에 저항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극예술가들도 시대적 주류 연극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때로는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