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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記
2007.06.12 배우 전도연 씨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아침에 확인하였다. 그녀의 연기력이나 특히 발음(diction)에 있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수상을 통해 국제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이니 축하할만한 일이다. 아무튼 그녀의 수상으로 인해 이창동 감독의 복귀작 이 세간의 관심을 더욱 받게 되었다. 물론 일부 관객은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볼걸 하는 후회를 표현하기도 했다. 전도연의 수상은 온 국민이 어깨를 으쓱할 법한 일이긴 하지만 그녀가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그녀에게 부여한 무게감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관객의 입장에선 시종일관 무겁고 칙칙하며 애매하게 끝나는 이 영화가 평일 밤에 즐길만한 오락거리는 분명 못되는..
"시를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쓰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려워요." 미자의 시 선생님 김용'탁'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마지막 수업시간에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을 꾸중하다가 나온 말이다. 그런데 선생님 본인처럼 시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시를 쓰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미자는 영화 내내 시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한다.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되풀이한다. 선생님의 말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미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쓰려는 마음'이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볼 때 그 마음은 미자에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미자는 "자신의 종말이 막을 수 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시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