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브레히트 작, 홀거 테쉬케 연출, <서푼짜리 오페라>, 예술의 전당 토월 극장 2006-11-23 본문

공연

브레히트 작, 홀거 테쉬케 연출, <서푼짜리 오페라>, 예술의 전당 토월 극장 2006-11-23

스테레오 2010. 4. 16. 01:01
어제 잠을 못잤으나 공짜 관람이기에 피곤을 무릅쓰고(?) 달려갔다. 브레히트 사후 50주년을 기념해서 그의 대표작들이 최근에 공연됨으로써 나로서는 브레히트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독일어로 번안하고, 쿠르트 바일의 작곡으로 만들어진 대중적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예당 오페라 극장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하고 있어서 두 개의 공연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게 나름 의미심장하다고 느꼈다. 다만 일반 대중이나 기존 오페라 관객들 모두에게 다소간 외면 받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10인 편성의 라이브 재즈 연주가 음악극으로서의 오늘 공연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어느 일간지 기사에서 '라이브 밴드는 별미'라는 표현하고 있던데, 오히려 라이브 밴드의 음악이 배우들의 노래보다 더 유쾌했다는 점에서 별미가 아니라 주식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배우들도 연기를 잘 했지만, 몇 부분 노래 가사가 전달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딕션도 딕션이지만 우리말을 외국어 리듬에 얹어 노래한다는 것이 워낙 이러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오늘 공연은 서사극적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었으며, 장면 시작전에 설명을 해준다든지 환등기 영상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굳이 서사극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현대적 양식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장면에 대한 설명은 오늘날 '스포일러'를 혐오하는 추세에서 생각한다면 좋지 않은 것이지만, 장면에 대해 반성적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라 할 수 있겠다. (거창하게 반성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 극은 시간이 진행함에 따라서 가려진 정보가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어떤 정보가 먼저 주어졌다는 것은 그것을 토대로 뒤에서 밝혀질 다른 정보에 주목하라는 의도이므로, 우리는 좋은 드라마에서 스포일러가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그리고 새로운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2011-06-21 추가).
 
매키스를 연기한 배우는 다채로운 딕션,  노래, 바이올린 연주, 액션 연기 등 다방면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영화에도 출연한 바 있다고 하는데, 얼굴이 긴가민가했다.
 
다소 황당한 결말은 양윤석 선배의 말처럼 상당한 패러디로 느껴질 수도 있고, 김문환 선생님의 말처럼 더 복잡한 질문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러한 결말은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운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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