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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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숨쉬러 나가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11. 01:37


 


*극단 신작로의 <숨쉬러 나가다> 재공연이 결정되었습니다:  
2012년 2월 29일부터 3월 18일까지 홍대카톨릭청소년문화회관, 총 17회 공연

<숨쉬러 나가다(Coming Up for Air)>는 조지 오웰의 장편 소설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1년 전 영국의 한 중년 보험 영업사원 조지 볼링의 작은 모험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 모험은 볼링에게 우연찮게 17파운드(현재 원화로 환산하면 17-80만원 정도)라는 적지 않은 공돈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볼링은 이 돈은 아내 몰래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려고 여러가지 궁리를 해보다가 마침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옛 고향으로 돌아가 보고자 한다. 아내를 속이고 옛 추억을 찾아 고향으로 떠나는 이 이중의 모험이 물론 성공할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극도의 전쟁 스트레스와 참을 수 없는 일상의 지긋지긋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뒷세이아>와 비슷한 이 여행이 결코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 

극단 신작로에서 동명의 소설을 각색하여 2인극 페스티벌에 출품했다. (그리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신작로는 2009년 <맥베스> 이후로 오랜만에 모두 함께 모여 호흡을 맞추었다. 김덕수 작가가 원작을 간추린 다음, 두 배우(김승언, 이종무)와 연출(이영석)이 연습과정에서 대본을 함께 구성했다. 짧은 준비기간에다 장편 소설의 각색이라는 쉽지 않은 작업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간 함께 해온 시간과 서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원작이 1인칭 시점의 소설이기에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조지 볼링이 되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 역할을 수행한다. 두 명의 배우는 때로는 모두가 조지 볼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때로는 한 사람(이종무)은 볼링을, 다른 한 사람(김승언)은 주변 인물에서부터 물건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자연이 되기도 한다. 시간과 장소의 이동이 많고 등장인물이 많은원작을 무대에 담아내기 위해 신작로는 '가난한' 방식을 택했다. 다시 말해 아무런 무대 세트나 대소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두 사람의 배우가 그 모든 것을 담당하였다. 정미소 소극장은 이러한 방식의 연극을 하기 위해 더없이 적합했다. 여기에 조명이 단순하면서도 필요적절하게 배우들을 보완해주었고, 절제된 음향과 음악도 대부분의 관객을 납득시킨다.

물론 그만큼 배우들의 노력이 대단하고도 값지다. 75분의 공연시간은 관객에게는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순간도 퇴장하지 않는 배우들에게는 엄청난 고역임에 틀림없다. 무대 위 배우들이 보고 있는 게 시종일관 즐겁지만, 땀을, 그리고  눈물과 콧물까지도, 비오듯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게 안쓰럽다. 안쓰럽지만, 관객들이 와서 숨쉴 수 있는 공연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배우들에게 남자에게 좋다는, 그러나 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다는 산수유라도 대접해야 할 것 같다.
***

[ 극단 신작로 [숨쉬러 나가다] 연출가 이영석 & 각색 슈퍼바이저 김덕수 & 배우 김승언 & 배우 이종무 ]

한국연극 201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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