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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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좋아요' 안 좋아요

스테레오 2022. 9. 3. 01:00

좋아요, 마음(❤), 리트윗 등등 SNS가 우리에게 주는 보상을 멀리하자. 그리고 고독을 마주하자. 

요즘 내가 반복해서 하는 다짐이다. 

지금도 페이스북은 항상 이용자에게 묻는다: 000님,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나는 이 질문을 순진하게도 오랫동안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고, 종종 요즘 하는 생각을 쓰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SNS는 생각을 나누기 적합한 플랫폼이 아니라는 것만 반복해서 확인하게 된다.  

실컷 쓴 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타임라인 속에 파묻히는 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이 거센 타임라인 조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좋아요와 공유, 댓글 등을 얻어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이미 인지도가 있는 인플루언서이거나, '듣보잡'이라면 소위 '바이럴'한 내용으로 공약해야 한다. 

결국 독자를 얻기 위해서는 '내 생각', 그러니까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어떤 게 '먹힐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SNS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고 그저 SNS를 지인들과 서로의 삶과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창구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SNS의 생리를 따르지 않는 나를 위해 시스템이 그러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할 이유는 없다. 

이 사실은 문제의 타임라인을 조금만 넘겨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자신의 '생각'을 우직하게 쓰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광고'다. 

그것도 쿠키를 통해 얻은 정보로 내가 관심 가질만한 상품을 보여주기 때문에 나는 내 친구의 생각을 보러 들어갔다가 이내 광고를 클릭해서 SNS 밖으로 튕겨 나간다. 

이러한 사용자 경험이 바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페이스북의 물음에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20여년 전 이메일을 처음 사용하던 시절, 그때는 이메일로 친구, 가족들끼리 안부를 묻는 편지를 주고 받았다.

업무 아니면 온갖 광고성 뉴스레터, 그리고 기만적인 거짓 정보의 창구가 되어 버린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후로 온라인 카페가 비슷한 운명을 겪었고, 이제 SNS가 비슷한 길에 거의 완전히 접어들었다.

나와 비슷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테고 아마도 조만간 대안적 매체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 플랫폼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서비스 주체는 수익성에 집중하게 될 테니까. 

 

내 생각이 궁금한 척 하던 페이스북에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새로 얻게 된 깨달음도 있다.

좋아요 등의 반응이 없는 블로그에 차라리 글을 쓰자는 것이 첫번 째 깨달음이다.

물론 여기 블로그에도 댓글, 방명록, 그리고 공유 등이 없지는 않지만, 이 블로그에 글을 쓴 이후로 그러한 기능은 나에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두번 째 깨달음이 더 중요하다.

'좋아요'를 받기에 마음을 쓰지 말고,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한 마디라도 더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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