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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생각은 자유

스테레오 2017.06.16 01:03

김재엽의 이번 베를린 기행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 보다 조금 일찍 같은 곳을 다녀온 나는 그저 연극에 등장하는 

장소와 인물만으로도 볼 거리가 충분했지만, 그런 추억과 향수가

없는 사람들은 아마 더 보편적이거나 극적이기를 기대했으리라.


생각은 자유에서도 나는 왜 조그만 일에만 분노하는가와 마찬가지로 

극중 인물 김재엽은 극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글을 쓰지 못한다.

물론 쓰지 못한 그 글로 하는 연극을 본다는 아이러니도 여전하다. 

하지만 남산에서 김재엽은 당시 상황에서 연극으로 뭐라도

해보겠다는 절박함의 크기에 비해, 시인의 삶을 뒤쫓는 것 외에

무엇을 해야할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무기력했다. 

반면 생각의 자유 속 김재엽은 보다 분명해지고 단단해졌다.

그의 베를린 찬사는 그곳 연극에 대한 낭만적 동경일지도 모른다. 

연극을 광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발상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너머 행동할 수 있는지

살아있는 예를 보고 싶었던 그의 의심을 너무 나무라지는 말자. 

안 보고 믿는 자가 복되지만, 어떻든 의심을 떨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이번 연극은 이미 시작된 그의 새로운 연극을 위한 뒤늦은 서시 같다. 

김재엽은 아내와, 비록 아내가 움직인 인형이지만, 아들과 함께 

앞으로 자신이 어떤 연극을 할 것인지 관객에게 선언한다. 

극중에서 그는 아내에게 독립운동하듯 연극하는 모 선배 연출의 

작업에 참여하라고 권한다. 치열하게 연극하는 것이 그 선배만의

사명이라 생각했다면 이 대사를 감히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관객들에게 그 일을 함께하자는 권유이기도 하다.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은 권유의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던 걸까

권유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걸까.


김재엽의 다음 글쓰기가 기대되지만 또 한편 긴장된다. 

너는 그동안 뭘 생각했고, 뭘 했는지 물어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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