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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스테레오 2019. 2. 15. 13:21

지금은 편지가 그 어떤 시대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배달되는 시대이지만, 혹은 그런 시대이기에, 아무도 편지를 쓰지 않는다. 물론 텍스트 메시지나 카톡도 문자로 주고 받는 대화라는 점에선 편지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카톡이나 메시지는 매체는 문자이지만 방식은 한 마디씩 짧게 즉각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 일반적이란 점에선 전통적인 편지와 분명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편지가 소멸된 이 시대에 편지글의 가능성을 보았다. 특히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들은 편지글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어떤 글이든 마음 속에 가상의 수신자를 설정하고 그에게 편지 쓰듯이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우선적으로 나 자신에게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소설은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그래서 작년에 재판이 나왔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영화화된 소설은 이 순서가 더 맞는 듯 하다. 소설의 인물은 언제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영화나 연극으로의 개작은 이미지든 해석이든 하나로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나의 상상력이 좁은 틀에 갇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할 때가 많다. 이 책의 경우 소설은 엘리자베스와 도시를 훨씬 더 숭고한 인물로 그리고 있는 반면, 영화에서 도시는 그 스케일이 축소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반면 줄리엣의 구혼자인 마크는 우리말 번역 소설을 읽는 것보다 영화의 해석이 더 좋았다. 역자는 마크의 편지를 반말로 옮겼는데, 그로 인해 마크는 결혼을 하기도 전에 가부장의 냄새가 나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라라는 인물,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에피소드 때문이라도 이 작품은 소설로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2부를 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부도 읽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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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저자 :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쓰(Annie Barrows) / 신선해역
출판 : 이덴슬리벨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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