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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스완

스테레오 2011. 2. 24. 23:53

'빌리 엘리어트'와 '블랙 스완', 두 작품 모두 '백조의 호수'의 특이한 버전을 그리고 있다. '빌리'에서는 매튜 본을 따라 남자가 연기하는 백조에 도전했다면, '블랙 스완'에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 발레리나가 백조와 흑조를 동시에, 그러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요구한다. 두 가지 모두 성공여부로 따지자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시도이다.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한 아이가 프로 발레리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면, '블랙 스완'에서는 이미 프로 발레리나가 된 한 여자가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발레나 연극이나 마찬가지로 
리허설 과정에서 배우나 무용수가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힘겨운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블랙 스완'은 연습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더나아가 자기 앞에 주어진 인생의 큰 과제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 이야기이다. 그러나 자신과 다른 배역을 위해 자기를 버리도록 요구하고, 그로 인해 죽음에 이를 정도의 정신적 위기를 강요받는 것은 미국식 사실주의 전통의 빛과 그림자 양면을 보게 한다. 일종의 자기 반성적 영화인 이 작품으로 나탈리 포트만이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이 빛이라면, 그 반대편 어둠 속에는 요절한 배우 히스 레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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