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샤샤 발츠, [육체(Koerper)의 추억], LG art center_2004_04_30 본문

공연

샤샤 발츠, [육체(Koerper)의 추억], LG art center_2004_04_30

스테레오 2010. 4. 16. 00:55
이번이 두 번째이다. 샤샤 발츠를 본 것이 두 번째가 아니라 공연일자를 잊고 놓쳐버린게 두 번째이다. 기차도 놓쳐보고 비싼 공연도 놓치고, 갖가지 놓쳐버리는 놓치는 인생인가. 
사정을 해서 보조석하나 얻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예약 시스템이란 것에 딴지를 걸 수 없고, 그 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라 나의 실수를 정당화할 수는 없겠으나, 뭐랄까 공연티켓을 사는 것은 단지 어떤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내가 임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공연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약속이기에, 그 공연을 보고자하는 의지가 담겨 있기에 빈자리가 발생하면 나같이 멍청한 실수를 범하는 자들에게도 관용을 베풀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각설하고 무용에 대해 그리 밝지 못한 나는 이 공연을 어떻게 보았나. 한마디로 장르를 표현해보자면, '앞서가는' 유럽의 실험극 정도? 후반부에 잠시 그나마 소위 무용이라 할 수 있을 법한 동작이 몇번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이 작품은 무용이라기 보다는 몸짓이라 부르는 게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춤이란 궁극적으로 몸의 움직임 전체, 즉 몸짓이란 말로 수렴되는 것이라 할 수도 있으니 결국 이 또한 무용이 되어버린다. 
프로그램에 '파트너쉽에 대한 탐구'란 표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남자와 여자 공연자들이 비교적 많이 이 파트너쉽을 이루어 가고 있었다. 한 사람의 독무가 쌍무가 되고 곧 군무가 되어 가듯이 '육체'에서 공연자들 역시 한사람의 몸짓에 또 다른 몸하나가 들어오고 이윽고 서로 엉키고 섥힌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 수중에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물방울 울림소리 비슷한 소리, 그리고 (나중에 확실히 알게 되었지만) 벽과 유리틀 사이에 끼여 마치 수중 또는 우주 유영을 하는 듯한 슬로우 모션들, 그리고 제각기 그러나 일사불란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움직임들, 이런 것들이 그들이 그려낸 가시적 이미지라면, 엉뚱한 신체 부위를 가리키며 잡다한 소리들을 던지고 몸뚱이 위에 각종 장기들을 그리고 각각의 견적을 부르는 행위 들은 서사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따지는 것은 크게 '의미'없는 일인 듯하다. 각각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한가지 의미에 고정되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잠시 내 머리는 스쳐가듯, 물화되어가는 인간의 육체, 그에 따른 인간 존엄의 상실 뭐 이따위 말들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무용에서는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들어올리는 동작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 공연에서도 비슷한 동작들을 행해 보여줬다. 그런데 살가죽을 잡아서 끌어 올리고 당기는 것이 아닌가. 읍쓰~ 인상 찌푸리게 하는 일종의 '낯설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동작이었다. 엄청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몇번하고 말았다. 
횡한 공간을 넉넉히 써가는 내공이 돋보였다. 거의 유일한 무대 장치였던 벽이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위의 그 유영 장면에서는 커다란 수조 같다가 흑판이 되기도 하고 슬로프가 되어 스키를 타고 내려 오기도 하더니 그냥 쓰러뜨려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러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 쓰러진 벽을 언덕같이 사용하는 재간을 보이기도 하고 그 위에서 다양한 '군무'를 보여주었다. 
사용된 음악은 한마디로 현대음악이라 할 만한 그런 나로서는 불가해한 그런 소리들이었다. 잡음 같기도 하고 군데 군데 반복되는 프레이즈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이쪽저쪽 구석에서 한번씩 들려오는 그런 방식의 음악이었다. 아무튼 이해를 어느정도 포기하니 소리와 동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듯 했다. 
공연이 끝나고 열심히 박수를 쳤다. 무용 공연의 커튼콜은 그것만으로도 약간은 감동적이다. 그들의 움직임 자체가 하나의 춤같은 것이 볼만할 뿐더러 공연자들의 거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붙어버리는 아무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네번 커튼콜까지 하면서 박수를 쳤는데, 이 박수는 뭐지 하는 의문.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뭇관객들에게 최고의 에피텟으로 오늘도 박수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지루한 회의 끝에 박수치면서 떠나는 어떤 무리들을 접하고서는 박수에 대한 회의가 잠시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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