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인류학의 거장들 본문

인류학의 거장들

스테레오 2017. 5. 22. 22:13

제리 무어 지음, 김우영 역, 제2판, 한길사, 2016. 


누군가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사람의 주저를 읽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주저에 바로 뛰어드는 것은 어렵다. 내 경험상 심오한 사상가일수록 그런 시도는 무모했다. 물론 그건 그 책에 문제가 있기 보다 독자인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다. 어떤 분야는, 어쩌면 대부분은, 입문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해당 분야의 대표적 인물의 전기로부터 도움을 많이 얻는다. 어쩌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으나, 누군가를 얼마간 이해했다는 착각이 그의 사상에 더 깊이 들어갈 용기를 부여한다. 

제리 무어의 <인류학의 거장들>은 이런 점에서 나에게 적합했다. 인류학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 밖에 없는 내게는 “인물로 읽는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이란 이 책의 컨셉이 맞춤 했으며, 다루는 인류학자들 또한 제목이 암시하듯 저명한 사람들이기에 한 권으로 인류학을 살펴보기 좋았다. 나같은 인류학 초심자에게는 인류학 내부에서 문화에 대한 개념이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그 차이를 드러내줘서 유용했다. 물론 이 책 만으로 말리노프스키나 터너의 사상을 충분히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 중 나한테 더 맞는 문화의 관점을 제시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가르쳐 주기에는 충분하다. 입문서의 미덕이 그 분야에 대해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면 이 책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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