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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스테레오 2018. 1. 4. 17:14

주디스 허먼, 최현정 옮김, 플래닛, 2007. (이후 열린책들에서 개정판 출간)

이 책은 내가 트라우마가 예술 창조의 동기가 되거나 소재가 되는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배경 지식이 필요해 고른 책이었다. 내가 조사한 범위 내에서는 트라우마에 관한 국내서 중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인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구성을 생각한다면 원제(Trauma and Recovery: The Aftermath of Violence) 그대로를 번역하는 게 맞았으리라. 이 책은 한편으로 트라우마라는 개념이 처음 제안되고 논의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가장 최근에 이르는 진단 및 치료사를 다루며 동시에 트라우마의 핵심 개념과 치유 과정에 관계하는 주요 쟁점을 소개한다. 트라우마는 비록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쓸지언정 이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으나, 이 말이 요즘처럼 사용되기까지 역사는 그리 길지도 순탄하지도 않았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예술가들에게, 특히 연극인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게 예술의 중요한 소임이다. 예술이 다루는 감정에는 기쁨과 즐거움도 있으나, 그에 못지 않게, 또는 더 빈번히 고통과 상처가 다뤄지기에 트라우마는 예술가가 관심가져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내면적 상처가 창작의 주된 동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은 이미 일정 부분 트라우마에 관한 직관과 경험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텐데,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지식을 객관화하는 것이 창작의 목적이나 동기 등을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사례가 많은 것이 프로이트나 정신분석에 관한 일정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이 책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이 사례들이 하나 같이 누군가의, 때로는 자신의 것과 유사한, 고통의 기억이고 기록이기에 책장을 넘기는 데 적잖은 에너지가 소모됨을 각오해야 한다.  


트라우마
국내도서
저자 : 주디스 허먼(Judith Herman) / 최현정역
출판 : 열린책들 20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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