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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레오 2019. 2. 23. 00:14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켄 정에 대한 관심으로 보게 되었다. 10년이 지난 영화다보니 넷플릭스에 이미 세 편이 다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1편은 꽤 흥미로웠다. 총각 파티는 우리에겐 낯선 문화이지만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친숙해진 통과의례(?)라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예상되는 광란의 밤을 훅 건너뛰고 다음날 모든 게 엉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깨어나 뒷수습을 하면서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찾아가는 형태로 플롯이 구성되어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전형적인 추리극의 방식이라 할 수 있고, 최종 결말도 김전일이나 셜록홈즈 등에서 봐왔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엔 충분하다. 켄 정의 등장은 소문대로 충격적(?)이다. 실로 미국 대중에게 크게 각인될만한 등장이 아닐 수 없다. 보기에 따라 동양인 비하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점은 2편에서 더 강화된다) 모든 걸 비웃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 이런 류의 코미디라는 전제를 가지고 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편의 성공으로 제작된 2편은 더 큰 규모로 제작되었다. 전편이 (라스) 베이거스에서 '저렴'하게 진행되었다면 속편은 거의 태국에서 진행되고, 액션 블록버스터에서나 볼법한 자동차 추격씬까지 포함되었다. 1편 덕분에 켄 정은 핵심 조연으로 급부상하여 그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1편에서 성공적이었던 플롯이 2편에도 신선도를 유지하긴 어렵다. 전편처럼 궁금증이 생기기 보다는 '뭐 여차저차하다가 끝에가서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초반에 망가졌다가 후반에 해결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 이 업종의 기본 생리이지만 그게 테크닉이나 수법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관권이다. 1편을 본 관객에게는 그들의 플롯 레시피를 더 은밀히 감출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틀 간격으로 봐서 전편에 대한 기억이 너무 선명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여긴 방콕이다"라든지 "역시 방콕" 등의 대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1편은 "베이거스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2편은 방콕이 베이거스를 대신한다. 하지만 백인 미국인들이 자국의 유흥가를 대하는 태도로 아시아의 한 도시를 대하는 것은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많은 백인들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환상, 오리엔탈리즘이라 해도 좋을 태도를 영화는 거의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채용하고 있다. 물론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로 이런 코미디를 만드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웃음이 건강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현실에서 비웃는 걸 따라서 비웃는 게 아니라 비웃는 현실을 비웃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3편(Part III)을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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