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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記
고연옥 작, 김정 연출, 남산예술센터 어미가 새끼를 죽이는 일은 동물 세계에서는 드물지 않고 희랍의 메데이아나 우리네 곰 신화에서도 이따금 발견되지만 현대인의 감각으론 무대에서라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상력의 주파수를 고대와 현대, 그리고 비극과 멜로드라마의 어느 중간 지점에 맞춰보자. 곰과 사람이 동거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다는 상상은 우리가 열망하는 순수한 사랑이 어쩌면 짐승만도 못한, 욜로라는 자기애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묻게 한다. 무대 중앙 바닥이 두 가닥 철선으로 들어올려질 때 굴은 잠시나마 바닥과 벽이 구획된 집의 형상을 갖춘다. 하지만 이 벽을 지탱하는 철선은 부부의 유대감 만큼이나 가늘고 그래서 불안하다. 세상에 잘못 태어난 아이는 없다. 부모가 벽의..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indienbob.tistory.com/1033) 의 리뷰를 의뢰받았을 무렵, 한 외국인 연극학자와 만날 약속이 있었고, 그가 한국의 번역극이나 문화상호주의 연극을 보고 싶어 했기에 나는 이 공연을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불안했다. 아슬아슬하게 일정이 어긋나지만 않았어도 훨씬 더 유명하고 검증된 공연을 택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사계절 연극제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봄 공연을 놓친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내가 관람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추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다행히 공연은 내게도 손님에게도 흡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물었다. 왜 햄릿이어야 하느냐고. ‘왜, 햄릿이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라고 대답하고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