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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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妻의 감각

스테레오 2018. 4. 25. 18:33
고연옥 작, 김정 연출, 남산예술센터

어미가 새끼를 죽이는 일은 동물 세계에서는 드물지 않고
희랍의 메데이아나 우리네 곰 신화에서도 이따금 발견되지만
현대인의 감각으론 무대에서라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상력의 주파수를 고대와 현대, 
그리고 비극과 멜로드라마의 어느 중간 지점에 맞춰보자. 
곰과 사람이 동거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다는 상상은
우리가 열망하는 순수한 사랑이 어쩌면 짐승만도 못한,
욜로라는 자기애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묻게 한다.   
무대 중앙 바닥이 두 가닥 철선으로 들어올려질 때
굴은 잠시나마 바닥과 벽이 구획된 집의 형상을 갖춘다. 
하지만 이 벽을 지탱하는 철선은 부부의 유대감 만큼이나
가늘고 그래서 불안하다. 세상에 잘못 태어난 아이는 없다. 
부모가 벽의 중력을 떠받쳐주지 않아 살아남지 못할 뿐이다.  
힘겹게 자라온 남산의 공공극장이 지금 이처럼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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