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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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가물가물한 7인의 기억

스테레오 2010. 4. 10. 01:22
어쩌면 우리사회는 아직 우리의 70년대를 보여주거나 봐줄 준비--용기, 너그러움 등--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7인의 기억>에서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조심스럽게 들추어 내지만, 적당한 갈등 이후에 급하게 화해를 향해 달려간다. 이 문제는 극중 갈등이 애시당초 피해자끼리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아버지와 딸을 플롯의 중심에 두고, 아버지의 아버지를 언급함으로써 작품은 아직 끝나지 않은 냉전 반세기를 아우르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각각이 충분히 다루어졌다고 보기엔 어렵다.
극중극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두 개의 세계를 병렬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형식이다. 그러나 둘중 하나만 충실히 보여주는 것보다 못할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에서 섵불리 시도해서는 안되며, 특히 하나를 완성하지 못해 절반짜리 둘 셋을 이어붙여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딸 아이가 준비중인 뮤지컬이 분량상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메인 플롯과 연결할만한 해석점을 찾기 어렵다. 그로인해 각 요소가 자주 오르내리는 스크린으로 엄격히 구분된 두 개의 무대만큼이나 동떨어져 보인다. 뮤지컬이 대세니 한번 이용해본 것 이상의 어떤 의도나 취지를 제작진이 가지고 있었더라면 관객이 이를 좀 더 알아차릴 수 있도록 배려해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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