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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건

스테레오 2017. 3. 3. 00:40

스판덱스를 벗어버리니 비로소 배우들이 훨훨 날아 다닌다. 배역은 쇠락한 수퍼 히어로일지언정 배우들의 힘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간의 시리즈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몸을 만들게 하면서 이미지만 소진시켰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패트릭 스튜어트가 자비에 박사로서 마지막 순간에서나마 가장 큰 울림 있는 대사를 남긴 것은 그를 위해서나 관객들을 위해서나 다행스런 일이다. 비록 슬레셔 장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장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청불 등급으로 올라간 만큼 유치한 수준의 화해와 승리에서 자유로워진 것도 반갑다. 마블 영화를 보던 많은 소년 소녀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었기에 그들을 위한 보다 진지하고 어둡고 슬픈 버전의 히어로 무비도 앞으로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로건의 죽음은 복되다. 그 누가, 심지어 로건 자신 마저도, 울버린이란 천하의 외롭고 고독한 이 남자가 그의 핏줄이 보는 앞에서 눈을 감게 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로건이 아다만티움 탄환을 늘 지니고서도 그걸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방아쇠를 당기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의 시신을 묻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이지 않았을까? 고대 비극이나 서사시에서는 자식을 잃은 남자의 슬픔이 자신을 장사지내줄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으로 표현되곤 한다. 하물며 애초에 자식이 없는 인물은 어떠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자신의 혈육을 얻고 그와 그의 동료들의 목숨까지 구하고 끝을 맺은 로건의 죽음은 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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