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어찌나 많이들 틀리는 "지" 본문

어찌나 많이들 틀리는 "지"

스테레오 2017. 8. 15. 01:29

나는 띄어쓰기 따위는 좀 틀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시는 극단적 경우가 아니라면 '띄어쓰든' '띄어 쓰든' 뜻을 파악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한 번, 두 번 같이 횟수를 나타내는 번을 띄워야 하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이론적으론 알겠으나 내 머릿속에는 한이란 말과 번이란 말 사이에 어떤 공백을 부여한다는 게 늘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내로남불인지 아래와 같은 문장을 책에서 읽게 되면 종종 평정심을 잃는다.


"여기 와본지가 꽤 오래되었거든요. 작년에 카나리아를 싸게 팔고 다니던 장사가 있었어요. 그때 한 마리 샀는 지는 모르겠어요."


의존 명사 지와 어미 -지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정확히 반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뜻이 안 통하는 건 아니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런 오류가 출판된 책에서 발견될 때, 그것도 시종일관, 심지어 해당 출판사의 여러 책에서 반복될 때 나는 혼란스럽다. 저자나 역자는 모를 수 있다. 하지만 편집자와 교정자가 모른다는 건 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소한 오류는 내게 제대로 된 교정 교열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흔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저자/역자가 보낸 한글 파일을 그대로 출력해서 읽고 있는 이 날 것의 기분이 좋았던 기억은 없다.


간단한 솔루션. 어떤 동작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시간의 경과)을 뜻하는 말만 띄어 쓰고 나머지는 다 붙이는 거다.


여기 와본 지가 꽤 오래되었거든요. 

고향을 떠난 지도 꽤 오래됐다. 

이 동네에 사신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나머지 상황은 그냥 다 어미로 사용된다고 생각하고 붙이면 거의 맞다.


그때 한 마리 샀는지는 모르겠어요. 

사람은 늘 뭣이 더 중헌지를 잘 알아야 한다. 

벌써 자야 할 시간이 돼버렸지 말입니다.


더 간단한 솔루션. 그래도 헷갈린다면 무조건 그냥 붙여 쓴다. 그럼 7할은 맞다. 타율을 더 올리고 싶다면,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이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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