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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 휠

스테레오 2018. 2. 8. 22:58
우디 앨런의 2014년 작 <매직 인 더 문라이트>가 셰익스피어 희극을 닮아 있다면, 이번 <원더 휠>은 다분히 모던 드라마를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여러 군데서 언급/차용하고 있다. 몇몇 오역*이 거슬리지만 드라마 전공자들이 보면 할 말이 많을 영화이다. 감독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는 인물 구도이지만 자기 변명하려고 만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걸 자기가 먼저 바싹 엎드려서 다른 사람이 더 말을 못하게 하는 고도로 계산된 자기 합리화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믹키(팀버레이크)가 캐롤라이나(쥬노 템플)에게 건내주는 책이 하필 (프로이트의 제자로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집대성한) 어니스트 존스의 "햄릿과 오이디푸스"라는 건 감독 자신의 자기 희화화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평소에도 자주 비교되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나 홍상수의 최근 영화, 그중에서도 <해변>과 같이 놓고 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비또리오 스토라로가 담아낸 영상은 집에 크고 좋은 TV가 있더라도 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충분하다. 상영관도 상연 시간도 적다는 게 함정이다.


*
"아낭케"를 그리스 비극 작품 이름으로 해석했는데, 이런 제목의 작품은 현존하지 않는다. 아낭케는 운명이라는 말로 그리스 비극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영화에서 믹키(팀버레이크)가 바로 이어 설명을 한다. 

유진 오닐의 작품 "Iceman Cometh"를 "아이스맨 커머스"라고 옮긴 것도 좀 어색하다. 보통은 얼음장수 오다, 또는 얼음장수의 왕림 정도로 번역한다. 

(이건 너무 쓱 지나가서 확실하진 않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캐롤라이나가 믹키의 (자신을 사랑한다는 , 그리고 계모 지니(케이트 윈슬릿)와의 불륜 관계에 대한) 고백을 듣고 "How horrible for Ginnie"라고 말하는 것을 자막에선 지니가 horrible 하다는 식으로 옮겨 놓았다. 이게 만약 오역이라면 캐롤라이나라는 인물에 대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앞의 두 가지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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