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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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스테레오 2018. 12. 2. 01:25

얼마 전 본 미국의 어느 대학 국제경영학과 수업 실황 영상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BTS 이야기를 하며 "New Cool"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을 포함하여 동아시아가 new cool 이니 국제경영학을 하는 학생들은 이 새로운 조류를 잘 알고 거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미국내 흥행은 백인 주류 사회가 새로운 쿨함으로 아시아(계)를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지극히 평범한 로코 줄거리를 따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제작되고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모든 이야기가 화교 사람들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브루스 웨인 만큼의 부자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중국계일 것이다라는 이 영화의 발상은 묘한 설득력이 있다. 어쩌면 이 또한 특정 민족에 대한 왜곡되고 타자화된 시선일 수 있으며, 이 영화는 일정부분 그와 같은 백인 주류 사회의 편견을 비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긍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런 영화도 가능하게 된 것이 아닐까, 혹은 바로 그러한 긍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이 영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질문이 들었다. (중간에 다소 루즈해지는 지점에서 든 잡생각이었다.) 좋든 싫든 흑인 커뮤니티는 오래 전부터 대중매체(음악, 영화 등)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반면, 아시아계는 대중 그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거나 못해오고 있었다. BTS, <크레이지 리치 아시아> 등은 이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왔음을 알려준다. 태평양 반대편에 살면서 백인 주류 문화를 동경하며 자라온 본토 아시아인들이 정신을 새롭게 할 도전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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