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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와 평론가들의 안이함

스테레오 2017. 8. 6. 00:47

<택시운전사>가 개봉한 지 3일 정도 지났고 이미 200만 명 넘게 이 영화를 보았다. 포털 영화 사이트 평점은 다시금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서 대립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 관객들이 주저없이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 점수를 주고 있는 반면, 기자와 전문가들의 평점은 대체로 6점, 많아도 7점에 머물고 있다. 일반 관객들은 영화의 내용에 깊이 공감하면서 80년 5월의 광주의 실상이 다시금 영화화된 것을 반가워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내용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내용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 평범하고, 익숙하고, 심지어 안이했다고 지적한다. 맞다. 장훈이 놀란 만큼의 연출 역량이 되어 이 영화를 <덩케르크> 같은 수준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80년 광주를 다루는 이야기의 평가 기준을 예술적 성취에 두는 평론가들의 인식이야 말로 안이하기 짝이 없다. 장훈의 안이함은 적어도 더 많은 대중들이 역사적 사실 앞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지만, 영화는 그 내용이 무엇이건 예술 작품이므로 예술적 성취를 우선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은 오직 평론가 자신에게만 쉬운 원칙일 뿐이다. 어쩌면 그들 역시 내용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오로지 형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역사적 사실이 여전히 충분하고도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해 걸핏하면 왜곡되고 심지어 사건의 주범인 전두환이 대놓고 거짓 회고록—이 책을 출간한 ‘자작나무숲’이란 출판사는 나무에게 정말 크게 잘못했다—을 펴내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 대한 고려는 어디로 갔는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재현한 영화에서 굳이 더 중요한 것을 고르라면 여전히 형식보다 내용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악마적 재능을 가진 한 감독이 북한군개입설을 탁월하게 그려냈을 때, 그 평범하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시도 앞에서 그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또한 장차 세월호 참사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긴장감 넘치는 해상교통사고 스펙터클로 그려냈을 때에는 뭐라고 평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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