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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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노는 법

스테레오 2018. 1. 10. 01:20

위기철 지음, 창비, 2013. 


조안 에이킨의 '동화 쓰기'에 이어 동화 작법 관련 조사를 하던 중에 보게 된 책이다. '동화를 쓰려는 분들께'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굳이 부제를 이 글의 제목에 덧붙이지 않은 건, 이 책의 내용의 대다수가 글쓰기 일반의 문제이지 동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동화의 특수성이 있겠으나, 독자를 누구로 설정하느냐 문제를 제외한다면 동화라고 해서 완전히 다른 글쓰기를 하는 건 아니다. 저자 스스로 말하듯이, 작가가 아이 마음을 갖고 쓰면 동화가 되고, 어른 마음을 갖고 쓰면 소설이 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창조적 글쓰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예술을 주제로 논문이나 평론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쉽고 평이한 말로 풀어가면서도 글쓰기와 관련한 요점을 빠뜨리지 않고 다룬다는 데 있다. 저자는 시종일관 가벼운 농담을 던지면서 독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독자를 도전하는 묵직한 말을 던진다. 가령 '글을 많이 버리는 일'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은 가망 없는 글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했으나 결국은 처음부터 다시 써야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야기꾼은 관념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에선 뜨끔했다. 독자 중심의 글을 쓰기 위해 일기 보다 편지를 쓰라는 조언의 경우 우선은 나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하고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위기철의 책이 에이킨의 책보다 뒤에 나오긴 했어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먼저 읽으면 좋을 책이다. 글쓰기 기초를 다지는 데 조금 더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보다 실용적이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에이킨의 책을 보면 좋겠다.

이야기가 노는 법
국내도서
저자 : 위기철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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