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프렐조까주, <헬리콥터> (2003.10.29 ) 본문

공연

프렐조까주, <헬리콥터> (2003.10.29 )

스테레오 2010. 4. 16. 00:53

지각으로 막이 올라간 후 입장하였는데, 심상치 않은 무대가 시작되었다. 무대 바닥이 하나의 모니터로서 요즘 음악재생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시각화(visualization) 기능같은 영상이 펼쳐졌고, 무용수들이 그 위에서 군무를 이루었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따라' 바닥에 펼쳐진 그림들도 파동으로 응답했다. 아니 어쩌면 그 파동을 따라 무용수들이 움직인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과 비슷하기도 하다. 어제의 그 무대 장치(조명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모호한 점이 있는 것 같아 보다 넓은 의미에서 무대 장치라 하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대형 LCD설, 미리 프로그램된 영상을 투사했다는 설, 또는 바닥의 센서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DDR설까지. 
다음 이 점도 닭과 달걀사이의 복잡한 논쟁가운데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무용에서 음악과 춤사이에는 무엇이 선행하는가. 음악이 모티프가 되어 춤이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일단 전자로 전제하고 생각해보면 어제 작품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비록 <헬리콥터>의 배경'음악'은 제목 그대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이것이 음악에 속하는지의 여부 또한 나로서는 쉽게 단정짓지 못하겠다. 아무튼..) 작품은 헬리콥터의 비행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를 소리로 표현하였고, 배경이 되는 음악, 즉 소리를 몸으로 시각적 공간적 형상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춤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보통 조형성이 표현되는 무대 장치가 덧붙는다. 그런데 <헬리콥터>의 무대에서는 이러한 무대장치마저 음악에 반응하여, (또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결국 음악, 춤(사람), 무대가 하나로 어울어질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면, 무용작품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춤 그 자체와 예술작품 일반을 대하면서 가지는 평가기준의 하나인 '작품의 의미'라는 문제에서는 어떠했는가. 
우선 무용작품에서 춤을 따로 떼어내어 생각한다는 것이 분명 문제가 있는 시선임에는 분명하나, 이 또한 생각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헬리콥터>의 춤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찌보면 약간 체조같기도 했던 것 같은데, 이는 워낙에 독특한 무대앞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작품은 공연예술에 있어서 또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바 "이 작품은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이지?" 하는 물음에는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분명 이 작품은 작품의 제목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 어떠한 교훈도 우리에게 제시해주지 못한다(또는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사람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예술 장르는 이 교훈의 문제와는 좀 동떨어져 있을 수도 있겠다. 다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예술의 가치로 대표되는 '즐거움과 교훈'이라는 문제를 이 작품에서도 적용하고 답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그리고 특별히 교훈이라는 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사족을 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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