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말이 무기다 본문

말이 무기다

스테레오 2018. 1. 23. 00:03

우메다 사토시 지음, 유나현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7. 


일본의 유명 광고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말하기 기술에 대해서 말한다. 어떻게 하면 귀에 팍 꽂히는 말을 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줄 것 같지만 저자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강조할 뿐이다. 말보다 생각이 우선이라고. 세련되고 번지르르한 말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말, 즉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면의 말을 겉으로 꺼내 표현하는 기술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이며, 이 순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표현도 감동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매우 원론적인 말 같지만 글쓰기나 말하기 스킬을 얻으려고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은 뜨끔할 수 있는 지적임에 틀림없다. 

각자 생각해야 할 몫이 다르고 또한 생각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지만, 저자는 이 문제에 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찾은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생각, 즉 내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선명하게 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종이에 써보는 것이다. 결코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이것을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만 해도 생각나는 대로 많이 써보는 편이지만, 써 놓고 나서 그걸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저자는 일단 A4 용지에 생각의 단편들을 적어보라고 권한다. 공책이 아니라 A4 용지에 써보라고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낱장에다 생각의 파편을 자유롭게 써 놓으면 그걸 다시금 유형화 하고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영국의 어느 무대 디자이너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잘 활용하면 분명 공책이나 컴퓨터를 이용해서 끄적거리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정체가 길어지면 슬럼프와 포비아가 찾아오니 종이를 아끼지 말자. 

창작이든 논문이든 비평이든 어떤 형태의 글을 쓰더라도 두 문단 이상 써야 한다면 저자의 조언을 따라해보는 것을 권한다. 이미 자기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도 저자의 방법이 가진 장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3부에서 다루는 표현의 기술 역시 뭔가 새로운 비법을 소개하기 보다는 모두가 알 만한 글쓰기의 '기본 정석'을 되짚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안다고 실제 글쓰기에서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그 이유가 기본적으로는 생각이 여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읽는 수고가 헛되지 않는다. 

일본어 원제(「言葉にできる」は武器になる。'Kotoba Ni Dekiru' Wa Buki Ni Naru.) 는 본문에서 소개한 반복(압운)의 표현 기법을 사용한 것이지만, 우리말 제목에선 이를 살리지 못했다. 번역은 잘 읽히는 편이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표현의 기술이나 예시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기에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간극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예문을 찾기 보다 내면의 말을 밖으로 꺼내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도움이 될 책이다. 


말이 무기다
국내도서
저자 : 우메다 사토시 / 유나현역
출판 : 비즈니스북스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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