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I can take any empty space and call it a bare stage. A man walks across this empty space whilst someone else is watching him, and this is all that is needed for an act of theatre to be engaged. 피터 브룩의 The Empty Space를 시작하는 저 유명한 문장에서 ‘to be engaged’란 말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재공연 도입부를 보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리뷰까지 썼던 초연을 보면서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 공연에서는 ‘시작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했다.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바라본다면 그것으로 연극이 ..
인간은 나를 기쁘게 하지 않는다, 혹은 하지 못한다. 햄릿의 말이다. (2막 2장) 요즘 이 말이 내 마음에 가득하다.
https://youtu.be/lhW_tRmpLFs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이 무대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연주곡은 리스트의 사랑의 꿈 제3번. 연주회장은 언제나 그렇지만 조용한 곡이기에 청중은 더욱 숨죽여 랑랑의 연주를 듣는다. 그런데 연주 도중 갑자기 청중들이 환호를 한다. 박수가 들리기도 한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관객에게도 그리고 연주자에게도. 아무리 좋은 연주라도 관객이 함성이나 박수로 연주자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연주자가 방해를 받지 않는다. 피아노를 직접 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단 위 피아노는 랑랑의 손이 건반을 누르지 않는데도 스스로 연주를 한다. 스타인웨이 스피리오라는 이름의 이 피아노는 랑랑이 공연 전 어느 시점에 했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