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좋아요, 마음(❤), 리트윗 등등 SNS가 우리에게 주는 보상을 멀리하자. 그리고 고독을 마주하자. 요즘 내가 반복해서 하는 다짐이다. 지금도 페이스북은 항상 이용자에게 묻는다: 000님,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나는 이 질문을 순진하게도 오랫동안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고, 종종 요즘 하는 생각을 쓰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SNS는 생각을 나누기 적합한 플랫폼이 아니라는 것만 반복해서 확인하게 된다. 실컷 쓴 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타임라인 속에 파묻히는 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이 거센 타임라인 조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좋아요와 공유, 댓글 등을 얻어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이미 인지도가 있는 인플루언서이거나, '듣보잡'이라면 소위 '바이럴'한 내용..
섹스는 코미디에서 아주 중요한 소재다. 성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이고, 그래서 가장 강력한 억압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의 초기부터 프로이트가 농담에 대해 다룬 이유도 바로 성욕 때문이었다. 코미디 영화에, 특히 성인들을 위한 코미디에는 웃음 보증 수표인 섹스가 빠지기 어렵다. 그건 마치 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섹스 코미디, 즉 섹스를 중심에 놓고 하나의 코미디를 펼쳐 나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어쩌면 그것은 마치 운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비극 만큼이나 정면 승부에 가깝다. 2005년 영화 는 그런 측면에서 뻔하지만 대담한 영화다. 안 봐도 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은 대충 짐작이 간다. 나 역시 코미디 ..
서양 사상과 문화의 기반이 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은 뛰어난 철학자와 예술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그 뒤에서 그들을 위해 봉사하던 노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늦은 시점까지 노비를 두고 있었다는 우리 전통 사회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현재도 제도는 사라졌어도 계급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자유인'과, 창조적 활동을 양보하고 '자유인'의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담당해주는 '도우미'의 구분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여전하다. 문제는 창조적인 활동과 더불어 일상의 지리멸렬한 일들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잡일과 창조적인 일이 함께 주어진다. 아니 어쩌면 두 가지는 구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