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섹스는 코미디에서 아주 중요한 소재다. 성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이고, 그래서 가장 강력한 억압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의 초기부터 프로이트가 농담에 대해 다룬 이유도 바로 성욕 때문이었다. 코미디 영화에, 특히 성인들을 위한 코미디에는 웃음 보증 수표인 섹스가 빠지기 어렵다. 그건 마치 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섹스 코미디, 즉 섹스를 중심에 놓고 하나의 코미디를 펼쳐 나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어쩌면 그것은 마치 운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비극 만큼이나 정면 승부에 가깝다. 2005년 영화 는 그런 측면에서 뻔하지만 대담한 영화다. 안 봐도 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은 대충 짐작이 간다. 나 역시 코미디 ..
서양 사상과 문화의 기반이 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은 뛰어난 철학자와 예술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그 뒤에서 그들을 위해 봉사하던 노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늦은 시점까지 노비를 두고 있었다는 우리 전통 사회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현재도 제도는 사라졌어도 계급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자유인'과, 창조적 활동을 양보하고 '자유인'의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담당해주는 '도우미'의 구분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여전하다. 문제는 창조적인 활동과 더불어 일상의 지리멸렬한 일들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잡일과 창조적인 일이 함께 주어진다. 아니 어쩌면 두 가지는 구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예..
최근 영화 를 보면서 한 가지 편안함을 느꼈다. 영화 속 자동차 PPL이 없다는 점이었다. 소위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으레히 자동차 추격 장면이 나오고, 그럴 때면 고성능 자동차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액션 영화는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선 자사의 자동차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아주 좋다. 영화 속 수퍼 히어로 만큼이나 자동차도 수퍼 파워를 가진 것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 속 자동차 PPL은 종종 너무 노골적일 때가 있는데, 해당 브랜드의 최신형 자동차를 그것도 종류 별로 전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캠페인은 사실 연속극 드라마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한편으론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여러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아올 수 없으니 한 브랜드의 차가 나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