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記
공연정보: http://www.playdb.co.kr/playdb/e_brochure.asp?PlayNo=19410 당초 "다큐멘터리 같은 공연"을 구상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연출의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자료의 힘이 느껴지는 공연이며, 또한 그것을 관객에게 친절히 베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물론 구보, 또는 이상의 팬이라든지, 한국현대문학 전공자라면 장면 사이사이의 보충 설명들이 군더더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에겐 이러한 코멘터리는 장면전환을 더없이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방편일 것이다. 이제 자막 없는 TV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는 브레히트적 요소에 익숙해졌다. 다원 연극이라는 이 공연의 성격은 2부 보다는 1부에서 보다 충실하게 구현되고 있다. 2부에서도 영상이 주..
"시를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쓰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려워요." 미자의 시 선생님 김용'탁'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마지막 수업시간에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을 꾸중하다가 나온 말이다. 그런데 선생님 본인처럼 시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시를 쓰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미자는 영화 내내 시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한다.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되풀이한다. 선생님의 말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미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쓰려는 마음'이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볼 때 그 마음은 미자에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미자는 "자신의 종말이 막을 수 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시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
나는 평소에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올 때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 하는가에 귀를 기울인다. 그 때 들리는 말들에 항상 수긍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첫인상이 비교적 여과없이 나온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정보임에는 틀림없다. 오늘도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한 남자가 자기 일행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영화의 교훈이 도대체 뭐야?" "힘있는 사람은 벌도 받지 않는다는 거지 뭐겠어..." 그동안 이런 식으로 훔쳐 들은 것 뿐만 아니라, 적어도 연극이나 영화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들과 같이 영화를 보게된 많은 경우에 그들의 첫번째 반응은 재미있다/없다와 함께 작품의 메시지나 교훈을 찾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교훈과 즐거움을 시가 제공해야 할 두 가지 덕목이라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