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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記
이번 가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전기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게 되었다. 은 마치 달의 저편을 보듯 인류 최초라는 밝은 빛에 가려져 있던 닐 암스트롱의 심적 고통에 동참하게 한다. 프랜차이즈가 어느덧 40년이 되었고 정교한 그래픽 기술로 우주를 상상하는 것이 너무나도 간편한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감독은 지구 밖을 '실제로' 나가는 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우주에서 전쟁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일임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위대한 성취에 뒤따르는 희생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는 것은 를, 그 과정에서 영혼을 쥐어짜듯 몰아가는 것은 를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의 힘은 두 작품을 합쳐 놓은 만큼 강력하다. 단, 광활한 우주를 ..
우디 앨런의 2014년 작 가 셰익스피어 희극을 닮아 있다면, 이번 은 다분히 모던 드라마를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여러 군데서 언급/차용하고 있다. 몇몇 오역*이 거슬리지만 드라마 전공자들이 보면 할 말이 많을 영화이다. 감독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는 인물 구도이지만 자기 변명하려고 만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걸 자기가 먼저 바싹 엎드려서 다른 사람이 더 말을 못하게 하는 고도로 계산된 자기 합리화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믹키(팀버레이크)가 캐롤라이나(쥬노 템플)에게 건내주는 책이 하필 (프로이트의 제자로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집대성한) 어니스트 존스의 "햄릿과 오이디푸스"라는 건 감독 자신의 자기 희화화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평소에도 자주 비교되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나 홍..
가 개봉한 지 3일 정도 지났고 이미 200만 명 넘게 이 영화를 보았다. 포털 영화 사이트 평점은 다시금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서 대립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 관객들이 주저없이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 점수를 주고 있는 반면, 기자와 전문가들의 평점은 대체로 6점, 많아도 7점에 머물고 있다. 일반 관객들은 영화의 내용에 깊이 공감하면서 80년 5월의 광주의 실상이 다시금 영화화된 것을 반가워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내용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내용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 평범하고, 익숙하고, 심지어 안이했다고 지적한다. 맞다. 장훈이 놀란 만큼의 연출 역량이 되어 이 영화를 같은 수준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80년 광주를 다루는 이야기의 평가 기준을 예..
톰 크루즈가 드디어 스스로를 신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썬 헌트로도 그는 죽지 않는 사나이, 불가능한 임무를 매번 해내는 수퍼 히어로였는데, 그걸로 모자랐나 보다. 아이에스가 메소포타미아 유적을 부수는 장면을 초반에배치한 건 서구가 한 일이 약탈이 아니라 야만인들로부터인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거룩한 임무였다고 주장하는 듯 하지만, 헐리우드는 이번에도 이집트를 도구로 쓰고 버린다. 아마넷이 약속한 힘을 얻되 금발에 파란 눈의 제니를 선택한닉 모튼은 역시 오리엔탈리스트들의 후예 다운 도둑이다.
한동안 오디션은 전세계적 유행이었다. 대중들은 한편으로는 거대 기획사를 통해 어려서부터 노래와 춤 그리고 기타 개인기를 훈련받은 가수들을 즐기면서 동시에 시스템이 만든 게 아닌 타고난 천재가 나타나주기를 고대한다. 오디션 출신들은 닳고 닳은 아이돌들과는 달리 순수하며, 불우한 환경 때문에 지금껏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그려질 때 더 환영 받는다. TV는 애* 뮤직, 멜* 등 쉬지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 음악에 드라마를 끼워 판다. 물론 이 끼워팔기는 오래 전부터 뮤직 비디오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오디션에 담긴 드라마는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전달하는 메신저를 향한다. 그들의 사연은 눈물 겨울수록 좋다. 비범한 재능을 지녔으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스판덱스를 벗어버리니 비로소 배우들이 훨훨 날아 다닌다. 배역은 쇠락한 수퍼 히어로일지언정 배우들의 힘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간의 시리즈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몸을 만들게 하면서 이미지만 소진시켰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패트릭 스튜어트가 자비에 박사로서 마지막 순간에서나마 가장 큰 울림 있는 대사를 남긴 것은 그를 위해서나 관객들을 위해서나 다행스런 일이다. 비록 슬레셔 장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장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청불 등급으로 올라간 만큼 유치한 수준의 화해와 승리에서 자유로워진 것도 반갑다. 마블 영화를 보던 많은 소년 소녀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었기에 그들을 위한 보다 진지하고 어둡고 슬픈 버전의 히어로 무비도 앞으로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로건의 죽음은 복되다..
공간적 배경은 현재 함께 상영하고 있는 과 유사하지만, 이야기의 진행 방식은 차라리 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물론 하이퍼스페이스가 없다면 의 진(Jyn)도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탈취하기에 앞서 길고 긴 동면에 들어가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예고 영상이 속인 것은 없지만, 그로부터 자칫 광활한 스펙터클과 스페이스 어드벤처를 기대했다간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와 는 물론이고, , 리부트 시리즈, 그리고 맷 데이먼의 일련의 SF 시리즈(, )에서 이미 보았던 우주선 안팎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그보다 못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견주고 싶었던 텍스트는 훨씬 더 근원적이었던 것 같고 그렇게 보면 꽤나 대담하다. 광활한 우주선에서 제일 먼저 깨어난 첫사람 짐(Jim)이 그 수많은 승객들 중에서 ..
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증권사 펀드 매니저인 석우(공유)는 아내와 헤어진 후 딸 아이 수안을 키우며, 사실상 어머니에게 맡긴 채 방치하며, 살고 있다. 수안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부산에 살고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고, 결국 석우는 아침 일찍 떠나 부산에 가서 딸을 아이 엄마에게 인계하고 돌아올 작정으로 KTX에 오른다. 열차가 떠나기 직전 한 젊은 여성이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은 채 객실에 오른다. 이 여자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마는데, KTX 승무원이 응급상황에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사이 다시 깨어나 이 승무원의 목덜미를 문다. 이후 열차 안에서는 무는 사람, 물리고 다시 물려는 사람, 안물리려는 사람의 난투극이 벌어진다. 물론 열차 바깥의 사정도 크게 다..
이 영화의 잔인함은 아내를 먼저 보낸 한 남자의 외로움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The brutality of this film is to show loneliness of a prime-aged widower.
별점이나 꽃점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작품의 장점과 단점을 돈으로 환산하는 게 맞을리 없지만, "한동원의 적정관람료"는 새 영화에 대해 가장 빨리 분석하는 글이라 눈여겨 보는 편이다. 리들리 스콧의 새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에 대한 이번 글(http://www.ddanzi.com/ddanziNews/3377075)을 보면서 이 사람은 나랑 영화 보는 시각이나 관점이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니 같은 영화를 좋게 볼 수도 안좋게 볼 수도 있지만, 몇몇 부분은 반론이 필요하다고 느껴 주로 그가 밝힌 "인하 요인"과 관련해 몇자 남긴다. - 출애굽기의 복습: 연극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란 스토리와 스펙터클이 전부가 아니다. 특히나 익숙한 스토리와 예상할만한 스펙터..